전 세계 에너지의 25%를 사용하는 미국에서 에너지 절약을 실천하는 사람들이 있다. 이들은 산속에 흙집을 짓고 빗물을 받아 식수로 사용하면서 생활한다. 지구 온난화와 유가 상승으로 이들의 생활 방식이 새삼 주목받고 있다.
노스캐롤라이나주의 애슈빌 서쪽으로 블루리지 산맥을 따라 꼬불꼬불한 비포장도로를 달리다보면 골짜기에서 겨우 만나게 되는 ‘어스헤이븐 생태마을(Earthaven Ecovillage)’에는 녹색혁명을 꿈꾸는 사람들이 모여 산다.
어스헤이븐은 ‘지구’와 ‘안식처’라는 두 단어를 합성해 만든 말이다. 이곳으로 통하는 자갈 깔린 도로는 ‘또다른 길(Another Way)’이라는 이름이 붙었다. 이들은 이 마을이 1970년대에 유행했던 ‘코뮌’(히피 등의 공동마을)이 아니라 ‘계획적인 공동체(intentional community)’로 불리길 원한다.
주민들은 버젓한 대학을 졸업하고 뉴욕, 워싱턴 등 대도시에서 직장 생활을 하다가 이 곳 생활을 자청해 몰려들었다. 건축가, 에너지컨설턴트, 물리치료사, 예술가 등 미국 사회에서 주류를 형성했던 사람들이 새로운 삶을 선택한 것이다. 이들이 추구하는 삶은 덴마크에서 시작돼 1980년대 미국에 급속히 전파된 ‘코하우징(Cohousing)’ 개념. 마을을 함께 가꾸고 친환경적 삶을 지향하는 코하우징은 캐나다, 호주, 스웨덴, 뉴질랜드, 네덜란드, 독일, 프랑스, 벨기에, 오스트리아 등 여러 나라에 퍼지고 있다.
어스헤이븐 주민들은 지구 온난화의 주범인 화석연료 사용을 극히 자제하고 있으며, 태양열발전이나 수력발전으로 전기를 이용하고 있다. 전력을 아끼기 위해 10와트짜리 백열등 주변에 둘러앉아 식사를 하고 이메일과 전화, 비디오 시청 등 반드시 필요한 것만 하는 방식으로 전기 소비를 최소화하고 있다. 전기가 많이 드는 냉장고는 없애버리고 대신 아이스박스를 사용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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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미국 노스캐롤라이나주의 블루리지 산맥 골짜기 40만평에 자리 잡은 어스헤이븐 생태마을은 흙과 짚 등 현지에서 구할 수 있는 건축자재로 집을 지었다. |
다만 요리를 위해서 프로판가스를 사용한다. 주택은 자연 채광을 위해 창문을 크게 만들었으며, 추위와 더위를 피하기 위해 바닥과 벽을 비교적 두껍게 했다. 나무와 짚, 흙 등 이 지역에서 구할 수 있는 자재를 이용해 집을 지었다. 폐타이어에 흙을 채워 만든 집도 있다.
지붕에 떨어지는 빗물을 수조에 모아 마시기도 하고 목욕물로도 사용한다. 일부는 샘물을 끌어다 쓰기도 한다. 공동 샤워시설이 있으며 불가마 같은 찜질방도 있다. ‘오줌 누는 곳’이라는 팻말이 붙은 곳은 조만간 밭으로 개간될 곳이라고 보면 된다고 한다.
어스헤이븐은 1994년 40만평의 땅을 구입해 마을 건설이 시작됐고 현재 60여명이 살고 있다.
주민들은 수입을 공유하는 게 아니라 각자 관리한다. 일부 은퇴한 사람들은 풍족하고 안락한 생활을 즐기고 있다. 일부는 이곳에서 건설업 등의 일을 하며 인근 마을에서 일하기도 한다. 이곳에 거주하는 사람들의 신조는 ‘내가 먹을 것은 내가 만든다’이다.
이곳 입주 과정은 매우 까다롭다. 희망자는 최소 6개월간 시험 적응 과정을 통과해야 하며, 전체 회원의 동의를 얻어야 한다. 토지는 마을 공동 소유이지만 각자가 자신이 쓸 땅을 임대해야 한다. 땅 임대료와 주택비, 에너지비 등을 제외한 입회비는 4000달러. 어스헤이븐에서는 합의제로 주요 의사를 결정한다.
어스헤이븐에서는 페미니즘 성향이 강하며 요가, 명상 등이 활발하다. 이곳에서는 ‘극단적인 솔직’, ‘신부족주의’ 같은 말을 자주 들을 수 있으며, 사생활과 남녀 관계 등 로맨스가 투명하게 드러나는 게 흠이다. 열심히 일하지 않거나 이상한 버릇이 발견되면 ‘속마음 털어놓기(Heartshare)’라고 불리는 모임에 호출된다.
세탁소가 없어서 애슈빌 시내까지 나가야 하며, 치과가 없는 것이 불편한 점이다. 이곳에서 전통적인 개념의 가족을 구성하고 있는 사람은 거의 없고 어린이도 없다. 10대 청소년은 단 한 명뿐이다.
이곳에서 ‘김치’로 통하는 킴 라이랜더는 “우리는 모두 최소주의를 지향하며, 단순해지면 행복해진다는 것을 알게됐다”며 “이 생태마을은 환경 보전의 자각과 실천을 동시에 수행하는 시험 무대”라고 말했다.
이들은 에너지 위기에 대한 관심이 크며, 석유정점(Peak Oil) 이론 등을 토대로 이론적 무장도 돼 있다. 석유 정점은 전세계 석유 매장량의 절반을 소비한 시점부터 석유 생산량이 줄어들기 시작해 세계 경제가 붕괴하기 시작한다는 것. 이들은 조만간 이 같은 위기가 닥칠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이곳 주민들은 지구를 더 이상 망가뜨리지 않는 ‘영속성’ 개념을 생활에 도입하고 친환경적인 삶을 추구하는 ‘퍼머컬처(permaculture)’를 창조하려 한다고 워싱턴포스트가 최근 보도했다.
워싱턴=한용걸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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